무릇 어떤 질병이든 간에, 그 병 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게 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현상은 알코올중독만큼은 당사자가 제일 괴롭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멸시를 받고 따돌림을 받기까지 합니다. 알코올중독은 마치 당사자 스스로 원해서 된 것처럼 주위사람들이 마시지 말라고 충고하거나, 제재를 가합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술을 끊어라. 왜 그렇게 의지가 약하냐?'라고 다그치는 것은 마치 결핵환자에게 '결핵에 걸리지 마라. 어찌 그리도 의지가 약하냐?'라고 하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주위사람들은 '왜 술을 끊어야만 하는지'의 이야기만 장황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 대신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충고하는 사람 자신도 확실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이 환자를 더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주위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야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부모는 자녀가 장성하여 술을 배운 뒤에 점차 술에 탐닉해 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알코올중독 치료 시에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의 음주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속단이나 편견을 보류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자녀의 치료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회복과정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가족상담시에 종종 자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삭이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부모님들을 보게 됩니다.

이러할 경우, 보통 어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아들을 염려하는 반면에 아버지는 아주 냉담해서 상담에 한 번도 동참하지 않습니다. 이때 그 어머니가 겪어야할 갈등과 고통을 한번쯤은 아버지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부모와 자식간의 부정적인 관계역동이 치료에 많은 장애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치료에 있어 가장 영향력을 많이 끼치고 있는 가족이 배우자입니다. 따라서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이해는 알코올중독에 대한 가족치료에 있어서 본인의 치료 못지 않게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배우자는 알코올중독에 대한 지식적 이해와 더불어 알코올중독자의 음주습성과 기벽에 대한 심리적 기제까지도 충분히 이해해야만 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측면으로 미루어 본다면, 결국은 알코올중독자가 술잔부터 들지 않는 것을 알코올중독 치료의 시작으로 여기듯, 배우자가 해결해야 할 가장 첫 번째의 일은 알코올 중독자의 표면적 행동 때문에 가졌던 당황과 불안에 대한 극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기탄없는 상담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남편은 평생토록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바라면서, 자신은 불과 몇 번안되는 치료상담 계약마저도 다른 핑계로 어겨 버리고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하다합니다.

가정의 행복과 기쁨에 남편의 술이 가장 걸림돌이라고 믿고 있는 부인이 그 문제의 치료를 위해 계약한 한 시간의 약속을 지키기보다는 이웃집 결혼식 참가가 더 급선무인 배우자가 있다면 우리는 과연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부모의 질병이 자식에게 미치는 정서적인 영향은 실로 큽니다.
그러나 병든 부모를 가진 모든 자식이 이 때문에 자신의 생활마저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자극제로 삼아서 자신의 생활을 더욱 건실하게 이룩하여 결국은 평탄한 가정의 자녀보다도 훨씬 바람직한 성인으로 성장한 예를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음주로 인한 부모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쉽게 견뎌내기에는 너무도 힘든 연령이긴 하지만 이 어려운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실천하고 있는 장한 자녀들이 있습니다.
또 그들이 모이는 모임도 있습니다. 그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자녀들도 처음에는 한결같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어쩔 바를 몰라하다, 끝내 낙심하고 불안에 떨며 방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알고 있습니다. 남모르게 고민하며 힘들어하지 말고 상담센터나 Alateen(자녀모임)을 통해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장기간의 입원생활 후에 퇴원한 사람이 친구의 끈질긴 술 권유에 못 이겨 한잔 마신 것이 계기가 되어서 다시 재발하는 예가 드물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은 마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권하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또 끝까지 술잔을 거부하면 마치 친구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으로나 혹은 친구 자신을 거절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여 화를 내거나 심지어는 '며칠동안 안 마시는가 보자'고 빈정대기도 합니다.

물론 이 경우의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그 원인이지만 한 가지 유의할 일은 후일 오래도록 마시지 않고 지내노라면 이런 관계의 친구들은 더 이상 자신과 친하게 지내지 않게 되고, 오히려 술을 마시지 말라고 충고하던 친구들이 더 가까워지더라는 회복환자들의 경험담이 있습니다.

친분관계와 교분관계를 구별하는 데는 굳이 많은 세월이 필요치 않습니다.



한 직장 안에서 더구나 팀웍을 이루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동료가 음주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힘든 문제가 정말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직장은 업무처리의 능률화와 극대화가 최우선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음주문제를 가진 사람은 머지않아 그 직장에서 배척되고 말 것입니다.

알코올중독의 진행단계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자는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실직'이라는 사건에서 큰 파국을 맞게 됩니다.
물론 실직 그 자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기 보다는 이미 그러한 파국(실직 후의 이혼, 자녀들의 가출 등)의 징조가 팽배해 왔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일지 모릅니다.

따라서 직장의 팀웍에 문제가 될 정도라면, 동료들로서는 작업 능률문제 이전에 진정으로 개인의 건강과 안녕을 염려해 주는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자들이 자신의 술 문제만 해결되면 이전보다 몇 배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필자는 분명히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음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금주법으로 이를 통제해 보려던 사회적 노력이 더 큰 후유증만 남기고 실패해버린 쓰라린 경험을 한 나라의 예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올바른 음주문화의 정착을 위한 법규의 제정 등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적인 관심을 찬성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구별해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즉, 음주문화의 건전한 풍토조성 노력으로 채택한 사회법규들이 치료받아서 사회에 복귀되어야 할 알코올중독자의 치료의지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예를 들어, 올바른 음주문화를 위한 캠페인이 과음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강조될 때, 알코올중독자는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소외감을 느껴 자신의 문제를 숨기려 하게 됩니다)을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며, 또 한편 알코올중독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 때문에 대다수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건전한 사교적 음주의 권리'가 구속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자칫하면은 이러한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 알코올문제이기 때문에 알코올중독의 해결에서 총체적이고 올바른 인식의 공유화와 한시적이 아닌 꾸준하고 진지한 노력을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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